"역사학자이자 미국 역사협회 회원들인 우리는 최근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만적 성착취 시스템하에서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제하려는 기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국 역사협회 소속 학자 19명이 5일(현지시간) 집단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역사학자들이 특정 이슈를 놓고 집단성명을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명백한 팩트를 왜곡하려는 전대미문의 시도에 전례없는 성명으로 답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모집에 정부 차원의 관여가 있었고, 이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징집돼 이동의 자유 없이 최전선에서 성노예로 생활했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립된 역사적 관점이며 이를 수정하려는 것은 아베 정권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것이 요지다.
이번 성명이 나오게된 것은 지난해 11월 7일 일본 외무성이 뉴욕 총영사를 통해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의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위안부 기술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아베 총리는 "맥그로힐 출판사가 펴낸 교과서에 '일본군이 최대 20만 명에 달하는 14∼20세의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 모집·징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정말 깜짝 놀랐다"며 "정정해야 할 것을 국제사회에서 바로 잡지 않아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판사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고, 교과서 저자인 하와이대 허버트 지글러 교수는 "어떤 정부도 역사를 검열할 권리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학계는 표현과 학술의 자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노골적 간섭과 침해를 방치할수 없다는 판단하에서 이번 성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성명은 지글러 교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기 위해 역사를 가르치고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국가나 특정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 아래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변경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일본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일본사연구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4개 역사학 관련 단체도 강제 연행된 일본군 위안부들이 성노예 상태로 폭력에 노출됐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일본 안팎에 알리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피해자의 증언이 있고, 각종 문헌을 통해 그 사실이 입증됐으며, 해외는 물론 자국의 역사학자들마저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수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행태는 미 역사학자들의 말처럼 '정치적 의도'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베 정권은 극악무도한 테러단체 IS(이슬람 국가)가 일본인 2명을 살해한 직후부터 조기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의 궁극적 지향점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지위를 공식화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모두가 평화와 화해를 말할때 아베 정권은 전전(戰前) 군국주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본 내에서 조차 "비극적 사건을 정치적 야심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끊임없는 역사왜곡과 신군국주의로의 질주가 끝내 역풍을 맞아 좌초할수 밖에 없을 것임을 누차 지적해 왔다. 그리고 이번 미 역사학자들의 성명은 우리의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역사는 편한대로 취사선택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도 양식있는 세계의 지성과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는 결코 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아베 총리가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로하스 시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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