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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시테의 아이들’ 막아야

김기자 | 기사입력 2015/02/07 [17:35]

한국판 ‘시테의 아이들’ 막아야

김기자 | 입력 : 2015/02/07 [17:35]

 지난달 31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공항에서부터 에펠탑, 개선문 광장 등 곳곳에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테러 여파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사건 진원지였던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을 찾아가보니 군인들이 입구 양쪽을 모두 막아섰다.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이번 테러 원인을 알고 싶어 사무실 앞 헌화 장소에서 만난 필리페 조에 씨(70)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범인에 10대도 포함돼 있다. 그들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 줄이나 알고 저질렀겠나. 사회적 불만이 쌓인 철없는 사람들이 종교를 핑계 삼아 저지른 무지의 소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테러가 프랑스인에게 남긴 상처가 큰 까닭은 사건의 잔혹성과 함께 범인들이 ‘방리외(Banlieue)’라고 불리는 도시 변두리에서 자라난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낙후된 인프라와 환경 속에서 이들은 쉽게 각종 범죄에 빠져들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방리외 지역의 청년실업은 33%에 달한다. 현지에선 이들의 고립된 상황을 빗대 ‘시테(섬)의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자유·평등·박애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자랑해 온 프랑스는 이 같은 현실을 사회적 문제로 언급하기를 그간 꺼려 왔다. 이런 사람들을 언급하는 자체가 ‘톨레랑스’ 정신을 위배한 차별의 일종이라 생각해 온 때문이다. 그러나 묵인하고 외면해온 사회적 문제가 끔찍한 테러로 발생하자 급히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소르본 대학을 찾아가 교수와 학생들에게 “극단주의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최전선에 선생과 교육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 나라 프랑스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IS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군도 학교폭력과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학교 밖 청소년’ 중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관심 속에서 학교에서 내버려진 아이들에 대해 정부와 교육현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판 ‘시테의 아이들’이 예측하기 힘든 ‘외로운 늑대’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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